서양 검술의 역사 무기와 방어구

서양 검술의 역사
  얼마 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어느 분께서 그러시던데, 중세시대에 서양에는 무기로 공격을 막는 법이 없어서 방패가 부서지면 그냥 몸으로 다 맞았다면서요?”
  혹은 이런 말도 자주 듣습니다. “17세기에 펜싱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기사들은 그냥 무식하게 힘으로 쇠몽둥이나 다름없는 검을 붕붕 휘두를 뿐이었다면서요?”
  어이쿠 이런. 저런 말을 듣고 “말이 되는 소릴 해라.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잖아!”라고 받아쳐주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다는 것이 곧 판타지 팬들 사이에 서양검술에 대한 잘못된 오해가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보여주는 셈이 아닐까요? 인간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고, 전쟁이 있는 곳에 무기가 있고, 무기가 있는 곳에 무기술이 있는 법…. 사람 사는 곳 거기서 거기인데 서양이라고 뭐가 달라서 검술이 없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선 서양검술의 역사부터 살펴보고 들어가기로 하지요. 


 

지극히 당연하게도, 무기술은 인류가 최초의 무기를 손에 넣었을 때부터 이미 발전을 시작했습니다. 짱돌 하나를 쥐고 휘두를 때도 상대의 약한 부분을 돌의 뾰족한 부분으로 내리치는게 유리한 법이니까요. 그러니, 언제부터 검술이 생겼다라고 단정 지을 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는 북유럽의 다양한 사가(Saga : 영웅담)을 통해 최소한 9세기경부터 검술이라는 것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가들은 당시의 전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예컨대 13세기에 쓰인 영웅담 ‘코르막 사가Kormak Saga’에서는 “그때 바이킹의 옆구리가 드러났으나, 검은 그 곳을 베지 못했다. 오그문드는 검을 손에서 손으로 점점 빠르게 회전시키다가 아래쪽에서부터 아스문드의 다리를 베어 들어갔다”라는 식으로 검투의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상처를 치료하는 법이나 전투에서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는 방법, 무기와 갑옷에 대한 묘사 등이 기술되어 있으므로 무시할 만한 자료가 아닙니다. 
  

 
  

  또한 11세기의 유명한 유물인 바이웨 테피스트리(Bayeux Tapestry)에는 노르만 기사들이 창을 사용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는데, 이 유물의 그림을 통해 당시 기사들이 머리위에서 내리듯 찌르는 방법과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돌진하는 방법의 두 가지 방식으로 창을 사용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이렇게,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유럽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무기술이 발달하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거죠.
  그럼, 검술서적은 언제부터 존재했을까요? 문서로 기록된 유럽 최초의 ‘검술서’는 1290년대에 작성된 I.33입니다. I.33은 발푸르기스(Walpurgis)라고 불리기도 하는 필사본으로 검과 방패를 다루는 법이 독일어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최소한 이 시대부터는 체계를 갖춘 검술이 있었다는 확고부동한 증거이죠. 
  
 



   이후에도 수많은 검술서적이 출간되는데, 특히 15세기에는 걸출한 검술 대가들이 앞 다투어 검술서적을 출간했습니다. 1410년대에 이탈리아의 피오르 드 리베리(Fiore De' Liberi)는 현대까지도 뛰어난 검술교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플로스 튜엘라토룸(Flos Duellatorum) 즉 ‘전투의 꽃’이라는 검술서적을 발간했으며, 독일의 소드마스터 한스 탈호퍼(Hans Talhoffer)도 1443년, 1459년, 1467년 이렇게 세 차례에 걸쳐 검술 서적을 발간했습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Sigmund Ringeck, Peter von Danzig, Vom Bauman 등 검술의 대가들이 앞 다투어 교본을 발간했죠. 

  
 

  

  그리고 15세기 후반부터 소위 말하는 ‘펜싱’ 교본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초창기 펜싱 교본들은 흔히 생각하는 레이피어가 아니라 컷-엔-스러스트나 롱 소드를 사용하는 법에 대한 것이었지만 후대 펜싱에 큰 영향을 미쳤죠.
  본격적인 레이피어 펜싱 교본이 발간된 것은 16세기 중반부터로, 쟈코모 디 그라시(Giacomo di Grassi), 요하임 메이어(Joachim Meyer), 카밀로 아그립파(Camillo Agrippa) 등의 교본이 남아있습니다. 17세기에는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시대의 펜싱 마스터 죠지 실버(George Silver)나 카포 페로(Capo Fero)와 같은 펜싱 교본들이 여럿 존재하구요. 

  
 

 
어떻게 보면 동양보다 검술 교본이라는 측면에서는 훨씬 기록이 잘 남아있는 편입니다. 어느 교본이든 그림을 곁들인 해설을 통해 알아보기 쉽고, 자료가 여럿 남아있어서 서로 비교해서 검토하기도 좋죠. 그렇기 때문에 유럽의 여러 검술 단체들은 중세 전장에서 실제로 사용되던 것과 매우 흡사한 형태의 검술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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