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가장 기병이 많았던 시절.... 무기와 방어구

그리기 힘든 갑옷 이라는 글의 리플을 보고 예전에 썼던 글을 슬쩍 올려봅니다. 하는 김에 내용도 좀 덧붙여서. ^^;;;

* 17세기 중반 스페인 랜서, 스페인 아퀴버시어, 독일 라이터 기병의 모습


흔히 서양 전쟁사를 보면 16세기 경에 총기가 보편화 되기 시작하면서, 갑옷이 쓸모없어져서 기사가 점차 몰락하고 머스킷병과 장창병이 전장의 주역으로 자리잡게 된다- 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이때부터의 전장은 보병의 시대라고 생각하게 되죠.

하지만--- 17세기 초반 중부 유럽(주로 독일)군대 내 기병의 비율은 약 30% 정도 였던 것이, 17세기 중반에 들어서면 50%를 넘어 60%까지 육박합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17세기 초 기병 대 보병의 비율이 1:11까지도 갔습니다만, 본격적으로 30년 전쟁에 들어서면서 기병 비율이 40%까지도 올라갔습니다. (물론 이건 전투에서 박살이 나면서 기병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결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럽 기병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기사가 몰락한 이후에 기병이 더욱 널리 사용된 것이죠.

왜 이 시대에 기병이 이렇게 많이 사용되었을까요? 자. 생각해 봅시다.

총병과 장창병으로 짜여진 하나의 강력한 방어진- 이것을 마린메딕의 밀집 대형(스타크래프트)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밀집 대형을 취하고 있어서 방어력도 매우 높고, 총병에 의한 장거리 타격력도 매우 우수합니다. 대신 속도가 느리죠. 즉, 방어적인 전략을 구사하기에 적당합니다.
그런데, 빠른 기동력을 가진 뮤탈리스크(스타크래프트)가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뮤탈리스크들은 마린메딕 부대와 정면으로 싸워서는 상대가 안됩니다. 창장과 총병의 밀집 대형에 정면돌격해서는 적진에 닿기도 전에 쓰러지게 되는 기병들과 마찬가지로, 스하~ 하는 스팀팩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녹아버리죠. 하지만 폴란드 윙드 훗사르는 예외...
하지만, 그들 특유의 기동성으로 '싸우는 타이밍을 멋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측면이나 후방에서 재빨리 달려들어서 두들기다가, 상대가 반격해오면 이탈할 수 있죠. 프로게이머의 시합에서 자주 보이는, 소위 '뮤탈 짤짤이'처럼 말입니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는 유닛의 방향전환이 일순간에 이루어지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그렇게 일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창병과 총병의 밀집대형은 전후좌우 종횡무진 날뛰는 기병대에게 이리저리 휘둘리겠죠.


이 시대쯤 되면 기병들 역시 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보병이 대응하기는 더 어려워집니다. 창기병이라면 필연적으로 백병전이 벌어져야 하고, 장창의 방진에 분쇄당하거나 별 소득 없이 돌아서야 하는 경우가 생기겠지만- 총으로는 장창의 사거리 밖에서 사격을 붓고는 총병들이 방향을 전환하여 본격적으로 반격하기 전에 이탈할 수도 있는 겁니다. 물론 윙드 훗사르는 창들고 장창병을 돌파해 종횡무진 난도질...

기병은 기동력을 살려서 적의 보급선을 차단할 수도 있고 반대로 넓은 지역을 종횡무진 날뛰며 약탈을 감행할 수도 있습니다.
전투에서는 보병과 보병이 맞붙는 틈에 적군의 측면이나 후방을 공격할 수 있기도 하고, 상대방의 공격에 피해를 입더라도 재빨리 후퇴해 재정비하고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보병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후퇴하지 못하고 분쇄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지만 기병은 그렇지 않다는거죠.


어떤 군대든 기병을 운용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기병의 효용성이 이렇케 커지게 되니 필연적으로 기병 대 기병의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보병전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병과 총병의 밀집대형은 기동력이 떨어지므로 숫자의 차이가 크더라도 병력의 손실율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오랫 동안 싸워야 된다는거죠. (이런 밀집대형의 전진 속도는 분당 30m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기병 대 기병의 싸움은 훨씬 빠르게 전개됩니다. 숫자의 차이가 보병 대 보병보다 크게 작용한다는 의미입니다.
기병이 분쇄되고나면 보병이 아무리 많아도 무용지물. 측후방에서의 공격에 어어어 하면서 대열이 흔들리고 손실이 쌓이기 시작되면 패배는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스페인 테르시오는 예외...



자, 그렇다면--- 답은 뻔합니다.
보병 숫자를 다소 희생해서라도 기병 전력을 보충한다.
아군 보병은 시간을 끌어주기만 하면 기병 전투에서 승리하면 이길 수 있다. --이런거죠.
그래서 점차 기병의 비율이 늘어나다보니, 결국엔 보병보다 기병이 더 많아지는 현상도 생길 정도에 이른 것입니다.





* 17세기, 올리버 크롬웰의 "아이언사이드Ironside" 아퀴부시어.
"철벽ironside"라는 이름 때문에 중장기병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은 친구들.
실은 '아이언사이드'라는 이름은 크롬웰의 별명에서 따온 명칭.


* 16세기 중반 영국 데미-랜서.
중장창기병(랜서)을 양성할 비용은 없고, 랜서는 필요하고...
그래서 랜서보다 경무장에 창을 든 기병을 운용한 것이 데미-랜서.


* 17세기 중반 제국 "흑기병Schwarze Reiter" 큐이레시어
르네상스~근세 초기의 유럽 주력 기병.


* 17세기 기병의 무기와 방어구.
 하프-아머, 컷-엔-쓰러스트 소드, 휠락 피스톨.
 요 무장에서 휠락 피스톨 대신 랜스를 들면 데미-랜서가 됩니다. (.....)




큐이레시어의 장비 - 영국 내전 당시의 큐이레시어는 풀 슈트 오브 플레이트 아머를 입지 않았다. 다리와 발에는 갑옷 대신 두꺼운 승마부츠를 신고, 허벅지 앞쪽만을 퀴스(허벅지가리개)로 보호했다.
폐쇄형 투구(1)(2)는 안면의 보호 범위나 시야 확보, 착용자의 산소 공급 등이 가지각색인 다양한 형태가 있다.
고짓(3)은 어깨부위(9)와 연결해서 착용한다. 등판과 흉갑(6)(4)은 서로를 가죽끈으로 연결하는 식인데 갑옷의 다른 부위들을 빼고 독립적으로 착용할 수도 있다. 플랙케이트(5)는 흉갑 전면부에 착용하는 두꺼운 증가장갑이며, 가드 드 레인(7)은 등판 아래쪽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들이 추가해주는 방호력이 그 무게에 비해 나은 편이 아니라는 판단하에 착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관절식 퀴스(8)는 제작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큐이레시어의 갑옷에서 종종 빠지곤 했다.
어깨를 보호하는 파울드론과 팔을 보호하는 뱀브레스(9) 역시 가격과 활동성 때문에 두꺼운 버프(소가죽) 소매를 선호하게 되면서 사라져갔다. 고삐를 쥐는 손과 팔꿈치까지를 보호하던 금속재 건틀릿도 차차 가죽제 건틀릿으로 바뀌었다.
- Osprey 의 Soldiers of the English Civil War - Cavalry 中


아퀘부시어의 장비 - 개방형 투구, 백&블래스트 플레이트, 한 손에 건틀릿, 긴 버프 코트(두꺼운 가죽 코트), 어깨에서 허리로 늘어뜨린 띠에는 각각 검과 기병총(아퀘부스). 등쪽으로 늘어뜨린 것은 화약통.

- Osprey 의 Soldiers of the English Civil War - Cavalry 中






* 스페인 보병대 '테르시오'를 구성하는 중장 장창병, 머스킷 총병, 칼리버 총병
다수의 적군을 상대로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줌으로서
 당대 최고의 보병대라는 명성을 얻으며 약 200년간 무적으로 군림합니다.
학생 님의 '플뢰리스 전투'를 읽어보시면 이들의 활약을 볼 수 있습니다.

* 등 뒤의 독수리 날개가 특징적인 폴란드 윙드 후사르
장창병과 총병의 밀집대형에 랜스를 들고 정면돌격해서 싹 쓸어버리는 무서운 기병들.
이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학생 님의 '키스홀름 전투'를 참조.

덧글

  • 가일 2008/06/24 16:31 # 답글

    네입어 블로그에서 잘 봤습니다. 이 글을 보고 미디블2 하는 스타일을 좀 바꿨지요. 중기병을 개떼같이 우르르르르......
  • Sinsigel 2008/06/28 11:56 # 삭제 답글

    부흥 카페에 올리셨던 글이로군요.
    16세기에 비해서 기병이 월등히 많아지는 30년 전쟁 때를 보면 참 황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병의 중요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유럽이 무슨 스텝 지대도 아닌데
    그 짧은 기간에 무슨 수를 써서 기병의 수를 급격히 늘렸는지 아리송합니다.

    설마하니 말 좀 탈 줄 알고 권총 몇 자루 갖고 있는 날라리(-_- ;)들을 다 모아서 저런 수치를
    달성한 것은......
  • frederick 2012/03/16 23:21 # 삭제 답글

    사실 그게 굳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제로, 보병방진은 매우 강력합니다. 3
    0년 전쟁기의 보병방진은 스페인의 테르시오를 기본으로 그보다 더한 화력과 장창병을 결합해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은데, 이 머스켓병들의 총은 기병들의 권총따위와는 비교가 안되는 막강한 화력을 가집니다.
    이러니, 기병 입장에서는 방진에 접근하기도 어렵고(장창) 그렇다고 돌아가면서 총쏘는 카라콜을 쓰자니 당연히 권총 사정거리는 머스켓 사정거리보다 훨씬 짧으므로 총병들의 밥이 되고 말죠.
    실제로, 70년 전쟁때(네덜란드 독립전쟁이죠..) 스페인의 야전군과 맞닥뜨린 신교도 구원군의 할버슈타트군은 스페인군 기병을 패퇴시키고 무려 3배의 기병으로 보병 테르시오 방진을 공격하다가 상당한 피해를 입고 물러나 다음날 기습당해 털립니다....(-_-)
    그러므로 기병은 오직 기병을 요격하거나 적의 병참을 털거나 기동성을 유지하거나 정탐을하는 용으로밖에 쓰일 수 없습니다.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병은 매우 유용한데, 생각해보면, 이러한 강력한 보병방진들은 전부 방진상태로 행군해야하기 때문에 그 기동성 저하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즉, 기병만 있어도 이기기 어렵지만, 기병이 없어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병대끼리 싸우는 동안 기병이 얼마나 전략적인 요소를 달성해주느냐에 따라서 적 보병을 고립시킬 수 있고, 어차피 보병들간의 전투는 정말 엄청난 피해를 수반하기 때문에(몇천명이 모여서 장창으로 찌르는 아수라장에 칼들고 설치는 놈, 총쏘는 놈,,,,)웬만해선 보병전까지 가지 않고 기병으로 기동전과 전략에서 승부를 보고자 했던 지휘관들의 욕구가 딜을 본 것이죠..... 이상 제 의견임미다...(^^)
  • 질문이 있습니다 2018/08/14 19:34 # 삭제 답글

    17세기 기병의 비율이 30%였는데 중반기로 오면서 50%까지 늘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출처를 알수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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