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검술 제 2회 무기와 방어구

시카고 검술길드의 "중세 장검술 개론"에 기반한 교양검술 제 2회

            

1. 장검이란 무엇인가?

2) 장검의 발달 양상



중세 장검은 역사와 함께 많은 변화를 보였습니다.
사실 중세 시대 기사들은 다양한 용도의 검들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고, 때문에 중세 초기부터도 찌르기에 적합한 송곳같은 칼과 베기에 적합한 폭넓은 장검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차고 다니는 '장검'의 형태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분명히 시대와 함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종의 유행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는 실용성을 읽어낼 수 있지요. 여기서는 그러한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그림은 13세기 경의 장검의 모습입니다.
칼날 중간에 풀러가 파여 있는 폭이 넓은 날을 가진 장검으로, 주로 베는 용도로 사용되었죠. 칼날의 단면은 렌즈 모양이고, 칼날의 폭은 끝으로 가도 큰 변화가 없습니다. 칼끝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데, 찌르기 성능이 썩 나쁜 편은 아니지만 특별히 뛰어나다고 보기도 힘들죠.
이러한 형태의 장검은 훌륭한 베기 성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갑옷이 발달해가면서, 뛰어난 베기성능만으로는 부족해 졌습니다. 체인-메일 아머는 베는 공격에 상당한 방호력을 보여주었죠. 그래서, 검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두 번째 그림의 검은 14세기 초반부터 흔히 사용되기 시작한 유형입니다.
13세기의 검과 무척 유사하지만 검의 실루엣이 다소 변했죠. 칼날의 폭이 끝으로 갈수록 좁아져서 뾰족한 칼끝을 만듭니다. 칼날의 단면은 렌즈형에 비해 좀 더 단단한 마름모꼴로 변했고, 풀러의 길이는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검의 전체적인 무게 중심도 칼날형태의 변화에 따라 이전보다 약간 더 손잡이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검은 이전보다 더 갑옷의 틈새를 파고들기에 좋았습니다. 렌즈형 단면의 칼이 유연성이 높다면, 마름모꼴 단면의 칼은 유연성은 다소 줄어들었지만 대신 찌를 때 더욱 유리했죠. 이러한 유형의 검은 이후 르네상스 시대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얻습니다.
세 번째 그림은 우리가 '장검'이라고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릴 형태의 검일 것입니다.
이러한 유형의 검은 14세기 후반부터 유행한 형태입니다. 풀러는 완전히 없어지고, 대신 릿지라고 부르는 형태로 불룩 솟아 올랐습니다. 이 덕분에 검은 더욱 유연함을 잃었지만 찌르는 성능은 더욱 강화되었죠.
이후 검은 찌르는 성능에 더욱 더 집착하게 되어 이후 여러분이 잘 아실 '레이피어'와 같은 무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군용검으로서 여전히 폭이 넓은 장검이 선호되었지만, 도시의 일반 시민들은 일상생활에서는 갑옷을 입고 다니는 일도 없고 대형 방패를 소지하는 일도 적으므로 강한 타격력은 큰 의미가 없었기에, 자기방어용 무기로 서슴치않고 폭이 좁고 길고 뾰족한 검, 레이피어를 선택했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늙은 몬테큐 공은 싸움에 앞서 자신의 장검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젊은이들이 레이피어를 사용하는 것과 대조되어 시대의 변화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치, 영화의 총격전에서 나이든 사람들은 리볼버를 사용하고, 젋은이들은 자동권총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대비라고나 할까요.

덧글

  • 가일 2008/10/14 14:42 # 답글

    드디어 2회가 올라왔군요. 로미오와 줄리엣에 그런 디테일이 숨어있었다니 별로 의식하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 shaind 2008/10/14 17:16 # 답글

    레이피어가 대세가 된 건 맨몸의 1대1 전투에서는 정말 먼저 찌르는 게 장땡이었기 때문이죠. 갑옷을 입지 않은 상대에게는 레이피어로 폭 찔리는 것만으로도 치명상이 되었기 때문에......
  • ⓧA셀 2008/10/14 18:57 # 답글

    마지막 줄을 보니 생각났는데 디카프리오가 나온 96년작 영화 로미오+줄리엣에서 몬테그 공이 달라고 한 롱소드는 구식 엽총, 로미오가 썼던 레이피어는 자동 권총으로 표현되었죠(...)
  • 미스트 2008/10/14 19:41 #

    몬테규 공이 달라고 하는 "롱소드"는 MAG-7 샷건이었지요. ^^
    로미오는 대거.45s (파라오드넌스P13), 머큐소는 대거9mm(그립부분이 스켈레튼 처리된 타우루스 PT-99), 벤볼리오는 소드9mm(흑철색 타우루스 PT-99), "고양이 왕자" 티볼트는 레이피어9mm(컨펜세이터가 붙은 바렐연장형 PT-99)
    영화 보면서 무기에 쓰여진 글자 보고 웃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
    (이 컨셉이 이후 "블랙라군"의 '소드 커틀러스' .........로 이어지진 않았겠죠, 설마.)

    저도 가지고 있는 모델건에다 무각인 메탈슬라이드 얹고 거기다가 "LongSword CAL.45"라고 각인해보고 싶은 느낌이. 핫핫핫...
  • 시쉐도우 2008/10/19 15:52 # 답글

    CAL.45 ACP 라면 Long Sword 라기 보단 Broadsword에 가깝다고 봐야 하지 않을 까요..히힛^^;;
  • 朴下史湯 2008/10/21 12:16 # 삭제 답글

    유연성이라 하면 어떤걸 말하는 건가요?
  • 미스트 2008/10/21 15:40 #

    글자 그대로의 유연성이죠. 칼날을 잡고 옆쪽으로 휘게 했을 때 휘어지는 정도....
  • 朴下史湯 2008/10/21 22:42 # 삭제

    유연성이 좋으면 어디에 좋은건가요?
  • 미스트 2008/10/22 10:10 #

    칼이 파손될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 Entreri 2008/10/25 00:01 # 삭제 답글

    재밌는게 언급되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이 쓰였을 당시가 영국의 검술마스터 죠지 실버가 영국에 남아있는 대표적 르네상스 검술교본인 Paradoxes and Defence를 출판했을때 쯤이죠.
    죠지 실버는 베기가 가능한 롱소드나 side sword등을 rapier (rapier라면 매뉴얼에 따라 cut-and-thrust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건 완전한 찌르기용 'true rapier') 와 같은 찌르기에만 의존한 무기에 비해 우위에 있음을 주장했죠. 당시 이탈리아 마스터들이 레이피어술을 영국으로 들여오는데 레이피어의 무력함을 직접 발로 뛰며 현피로 증명해가며 저서에서 신랄하게 비판했다능.
    셰익스피어가 죠지 실버에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 생각되진 않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 약간 더 빨리 쓰인듯 함) 어느정도 사회적 분위기를 알수 있겠군요.

  • index 2008/11/03 22:15 # 답글

    조금 어긋나는 질문입니다만 레이피어술이 펜싱의 원류인가요?
  • 미스트 2008/11/03 22:22 #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index 2008/11/03 22:31 #

    지인분께서는 기본형태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같다고 볼수 없다는 의견이신데 자세하게 설명해주실수 없나요
  • 미스트 2008/11/03 23:28 #

    레이피어 펜싱과 모던 펜싱의 연관성을 부정하면
    검도와 일도류의 연관성도 부정해야겠죠.
    그런데 뭘 어떻게 자세히 설명해야 할지 ;;;

    현대 펜싱은 16세기 레이피어 검술의 갑옷을 입지 않은 결투에서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레이피어는 흔히 군용검으로 사용되던 컷-엔-쓰러스트 소드에서 변화한 것으로, 결투나 자기방어용으로 도시민들에게 매우 대중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레이피어는 날이 세워져 있는 무기이지만 주된 사용법은 찌르기였습니다. 레이피어 펜싱은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부터 북서유럽으로 퍼져나갔습니다.

    특히 16세기 말에서 17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검술 마스터인 아그립파나 카포 페레와 같은 이들은 펜싱을 극도로 실용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갔는데, 이들이 저술한 펜싱 교본이 현재까지 남아 있습니다. 이들의 교본에는 현대 펜싱의 동작들의 기초들이 아주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컨데 현대 펜싱의 자세와 매우 흡사한 팡트 자세나 기초 자세들을 볼 수 있죠.
    17~18세기에 레이피어는 더 가볍고 짧은 칼인 '스몰 소드'로 다시 한 번 변경을 겪으며 귀족들의 결투용 검으로서의 이미지가 정착됩니다. 펜싱은 귀족들에게 필수적인 교양이 되었으며, 꽃봉오리 모양의 끝을 가진 연습용 검과 철망 형태의 마스크가 개발되면서 더욱 안전한 훈련이 가능해 졌습니다. 네. 꽃봉오리le fleuret, 즉 플러뢰죠.

    19세기에는 결투는 이미 법률로 금지된 구시대의 관습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검술은 여전히 중요한 기술 중 하나로 취급되었습니다. 법률 때문에 살상력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투의 승패는 사느냐 죽느냐가 아니라 상대의 몸 일부(주로 팔이나 다리)를 찔러 피를 내면 승리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결투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현대 펜싱의 에뻬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관습적 우선권도 없고 타격부위도 전신인 등, 펜싱 종목중 가장 실전적이죠.)

    한편, 군대에서 주로 쓰이던 베기 성능이 뛰어난 폭이 넓은 검은 백소드, 브로드소드, 사브르 등으로 변화했습니다. 이것들은 주로 기병이나 장교들의 무기였으며, 당시 사회상은 군대에도 여지없이 반영되었으므로 장교들간의 결투 등에도 흔히 사용되었습니다. 이 종목의 연습은 주로 나무막대로 이루어졌었죠. 하지만 19세기 경에 안전한 금속제 연습용 검이 등장합니다. 사브르 종목의 시작이었죠.

    .....이만하면 설명이 되었을까요?
    사실, 현대 펜싱 용어들도 전부 당시 검술 용어들이 지금까지 내려오며 사용되고 있습니다.
  • Entreri 2008/11/05 05:33 # 삭제 답글

    index/ 언제 기회가 되시면 스포츠 펜싱의 검으로 찌르기를 해보시고 휘어짐이 거의 없다볼수 있을정도로 곧은 레이피어로도 찌르기를 해서 비교해 보시면 답이 쉽게 나올겁니다.
    물론 선수급이라면 밥먹고 하는게 그거니 앞뒤로 치고 빠지는 풋워크, 검의 포인트 컨트롤, 순발력등은 뛰어나지만 단지 펜싱이라는 스포츠의 룰 안에서의 경기를 위해 특화되었을 뿐이죠.
    스포츠 펜싱 특유의 L자 풋워크 (일직선적인 공방에 특화됨) 는 옆으로 이동하는데 있어 문제점이 있죠. 왼손으로 방어와 공격을 할줄 모르고, 일단 근거리에 붙었을시 대처방법도 모르죠.
    개인적으로 가장 큰 문제를 꼽아보자면 상대 공격을 페리하거나 피하고 그제서야 공격에 들어가는 riposte라 할수 있겠군요. 레이피어 펜싱의 기본은 indes (동시 타이밍)에 페리와 찌름이 동시에 들어가는 식입니다. 상대가 찔러오면 같이 빗겨 찌름으로서 공방이 함께 이루어지는거죠. 레이피어 이전의 롱소드 검술에서도 마찮가지로 상대가 찌르면 같이 찌르고 베면 함께 베라고 가르칩니다.
  • 백화현상 2011/06/13 23:27 # 답글

    장검도 다 같은 장검이 아니군요.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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